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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알아가면서 우아하게 핸드드립을 배우고 써서 못 먹는 에스프레소는 바리스타들만 먹는 거라고 생각하던 상식을 깨고 에스프레소를 홀짝이는 자신을 보며 이제는 에스프레소와 많이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에스프레소와 가까우신가요?
에스프레소 이야기를 하면서 잘 추출한 에스프레소는 풍부한 크레마를 형성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면 이 크레마는 어떻게 어떤 원리로 생성이 되는 걸까요?
답은 바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압력에 있습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추출되는 높은 압력의 물이 곱게 분쇄된 커피 가루를 통과하면서 향기 성분과 비수용성인 지방 성분, 그리고 탄산가스가 결합하여 생성되는 것이 크레마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에스프레소의 추출 압력과 크레마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에스프레소의 추출 압력
에스프레소의 추출 조건에서 추출 압력은 9 기압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여기서 의구심이 생깁니다. 왜 에스프레소는 추출 압력이 꼭 9 기압이어야 하지? 압력을 가하는 것이 커피를 더 맛있게 추출하는 방법이라면 압력을 더 높이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 답은 에스프레소 머신의 역사에서 볼 수 있습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의 원형은 1855년 프랑스인 에드워드 루아이젤 데 상테(Edward Loyssel de Satais)가 파리 만국박람회에 출품한 것에서 비롯됩니다. 그리고 1901년 루이지 베제라(Luigi Bezzera)에 의해 처음으로 상업용 머신이 설계되었고, 라파보니(La Pavoni)에 의해 1903년 9월 19일 ’ 아이디얼(Ideale) ’이라는 제품명으로 최초의 상업용 머신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이때의 추출 압력은 1.5 기압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1.5 기압이라는 압력에 의해 물의 비등점이 100℃를 넘게 되었고, 이것은 커피의 질을 손상시키는 결과가 되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스크루 피스톤(screw piston)식의 머신이었습니다.
1947년 가찌아 사의 레버 그룹(lever group)식 머신이 등장했는데 이 머신에 사용된 압력이 약 10 기압이었습니다.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한 결과 가찌아 사는 신의 선물, 크레마를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지금은 에스프레소의 크레마가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사실 크레마는 이때 우연히 발견되었던 것입니다.
크레마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7 기압 이상이 필요하며, 9 기압을 넘으면 쓴맛이 증가합니다. 반세기에 걸친 많은 연구와 실험을 통해 크레마를 생성하고, 맛있는 액체를 9 기압의 기준에 맞추어 안정적으로 추출해 온 것입니다.
크레마(Crema)
에스프레소는 다른 추출법에서는 볼 수 없는 가는 기포 형상의 크레마(crema)가 나타납니다.
영어의 Cream에 해당하는데 에스프레소를 다른 추출방식의 커피와 구분 짓게 해주는 매우 중요한 특징입니다.
그러면 이 크레마는 어떻게 생겨나며 그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요?
이미 말한 대로 에스프레소는 90℃가 넘는 물과 9 기압이라는 고온 고압에서 추출됩니다. 이 고온 고압의 액체가 필터에 있는 커피 가루와 접촉하여 추출될 때 압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이때 기화가 일어납니다. 이 기화에 의해 생성된 수증기가 필터를 통해 컵에 담기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원두 자체의 식물성 지방 성분과 단백질 성분이 수증기에 의해 사로잡히게 됩니다.
크레마는 단어 그대로 지방 성분의 집합체입니다. 만일 원두에 지방 성분이 없다면 기화에 의해 생긴 수증기는 금방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좋은 크레마는 밝은 갈색이나 붉은빛이 도는 황금색을 띠며, 설탕을 부어도 잠시 동안 머금고 있을 정도로 조밀하여야 하고 지속력과 복원력이 높아야 합니다.
보통 에스프레소 양의 10% 정도를 차지하며, 두께는 일반적으로 3~4mm 정도가 생성되어야 합니다.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때 크레마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는데, 배전도의 문제가 그중 한 가지입니다. 즉 옅은 배전이 이루어진 원두에서는 크레마의 생성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배전 과정에서 활성화되는 지방 성분이 그대로 원두 내부에 갇혀 버리기 때문입니다.
이와 반대로 크레마 층이 두껍고 추출 시간이 길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배전 후에 안정기를 거치지 않은 경우에 발생합니다. 일반적으로 에스프레소에 사용되는 원두는 적어도 1주일 이상의 안정기를 필요로 합니다. 배전 중에 생기는 다량의 가스가 원두에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추출이 이루어지면 크레마 생성에 가스가 혼입 되어 부피가 늘어나 추출의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추출액의 체적도 늘어나게 됩니다.
다른 추출법에서는 필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커피 본래의 지방 성분이 제거됩니다. 그래서 유독 에스프레소에서만 두께를 가진 크레마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크레마가 있기 때문에 에스프레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식물성 불포화지방산인 크레마는 산소와 접촉하면 금방 산화가 일어나 맛이 변합니다. 이 사실만 보더라도 이탈리아인들이 왜 에스프레소를 빨리 마시는지 충분히 이해가 될 것입니다.
크레마의 또 다른 역할이라고 하면 우유와의 만남에서 선명성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지방 성분의 크레마는 우유와 잘 섞이지 않기 때문에 라테아트 등에서 효과를 톡톡히 발휘합니다.
에스프레소가 크레마를 가지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왜 그렇게 되는가를 알면 에스프레소에 대한 이해가 한층 깊어지리라고 생각합니다.
에스프레소의 추출 압력과 크레마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했는데요, 앞으로 에스프레소 메뉴나 에스프레소 베리에이션 커피를 마실 때 오늘의 이야기를 떠올린다면 조금은 더 즐거운 커피타임이 되지 않을까요?